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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웨어/09년 내장형하드웨어

[TY][펌] 우리는 어떻게 열정을 잃어버리는 걸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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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한 대화였죠.

필 : 그러게요. 이 회사 들어왔을 때는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잠시)
      몇 년 되니까 그 전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젬 : 네, 저도 그런 점이 아쉬워요. 다들 대단한 분들인데.
필 :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하하.
젬 : 네~ 필님... 어떻게 하면 열정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 비 오는 날,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곰곰이 생각하면서 새로운 물음이 떠올랐고,
혹시, 이 답을 알 수 있다면 열정을 계속 간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는 어떻게 열정을 잃어버리는 걸까?'

제가 열정을 잃어 버렸던 3번의 일들입니다.


열심히 달릴 이유

신입으로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은 '경이로움' 그 차제였습니다.
선배들은 모두 쟁쟁하였고, '나는 언제 일을 배우나?' 하는 심정으로 2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공부도 많이 하고, 실수도 많이 하면서, 그 시간은 긴장된 바람 같이 지나갔죠.
2년 정도가 지나니, 차츰 하나 둘씩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기술도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지도 않고,
더 이상 열심히 하지 않아도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지기 시작한 시기였죠.
일은 점차 너무 쉬워지고, 빨리 달리지 않는 것에 익숙해 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일에 대한 열정은 조금씩 줄어 들었습니다.
열심히 달릴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너무 많이 써버린 열정

그로부터 얼마 후에 '전쟁' 이라고 불릴 만큼의 경쟁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둘 중에 하나만 살아남는 경쟁이다 보니,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죠.
매일 12시 퇴근이었고,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는 생활이 3~4개월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했죠.
'이러다가 과로로 죽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숨 바쳐 일을 했습니다.
다행히 프로젝트는 좋은 결과를 얻었죠.
하지만, 저는 제 열정을 너무 많이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의 프로젝트에 이런 생각이 들만큼이요.
'이 일이 내가 목숨 바쳐 일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답은 언제나 'No' 였고, 지친 열정을 다독거려 채우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주 많은 시간이요. 써버린 시간의 두 배 넘는 기간이었으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조직

이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조직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너무 많이 아는 것이 탈이라고, 낮은 직급 때는 몰랐던 사실들을 접하게 되면서
내가 이 조직을 위해, 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철학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되었죠. 그때까지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조직이었는데 말입니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열정이 100% 가득하더라도,
수많은 멋진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척, 할 수는 있지만,
내 영혼을 팔아 급여를 받는 기분이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 동안 열정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야 했고,
조직을 바꿀 수는 없다는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서며 그 고민은 끝이 났습니다.

우습죠? 하하



진실로 훌륭한 조직에서,
해볼만한 야심 찬 프로젝트와
열정을 지켜주는 휴식의 간격이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열정을 꽤 오랫동안 간직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이네요...
이 겨울에도, 열정을 여전히 뜨겁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출처] 소프트웨어 이야기 (jamestic.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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